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도 키우고 나서도 내 핸드폰 속 사진첩에는 동네 고양이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길을 걷다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하고 카메라를 켜고 어떤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짧은 시간이지만 길고양이로 세상을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또 한편 원래 다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길고양이가 되거나 집고양이가 되거나 운명을 좌우하는 선택 같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우리 주변엔 어디에나 경계선이 있다. 삶과 죽음, 합격과 불합격, 마감시간, 대출한도 등 끊임없이 경계선의 안과 밖을 오가며 살아간다. 경계선 앞에서 이런저런 호들갑을 떨 때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무심하게 쳐다봐주는 고양이가 있어 인생이 조금은 침착해진다.
에어비엔비 숙소에 있던 도도한 장모 고양이
관악산 정상까지 어떻게 올라왔을까? 여기서 태어났을까? 사연이 궁금했던 관악산 고양이
외할머니댁 근처 논바닥에 앉아있다가 우리를 보고 졸졸 따라오던 하얀 고양이
연남동 카페 거리 한편에 추워서 그런지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던 삼색이
강원도로 출장 수업을 끝내고 숙소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모녀? 고양이들
저런 처연한 눈빛으로 웅크리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요.
가끔 이렇게 먼저 다가오는 녀석들도 있다.
저렇게 걸어가다가 갑자기 땅을 파고 똥을 싸던 양평 고양이
밤에 탄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 길을 막던 아기 고양이
마쓰야마 도고 온천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졸졸 따라오던 우아하게 생긴 고양이
이 녀석도 계속 엉긴다. 자석처럼 척척 붙던 동글동글하게 생긴 마쓰야마 고양이.
호텔 정원에 조각처럼 앉아있던 조신한 광화문 고양이
군산에서 만난 애교 많고 꼬리 짧은 하얀 고양이
비엔날레를 즐기는 뽀얀 고양이
베니스 골목길 사이에 있던 오래된 헌책방에서 만난 고양이
저 멀리서 누가 길에 검은 봉지를 버린 줄 알았다가 다가가서 깜짝 놀랐던 검은 고양이
길고양이지만 기품과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간식도 없는 우리에게 자꾸 애교를 부려 데려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녀석
남산에서 무리 지어 살고 있는 행복해 보이는 삼색이
북서울미술관 갔다가 근처 어느 주택가에서 만난 고양이
수지구로 이사 오고 단국대 놀러 가 봤다가 만난 단 냥이들
나무뿌리에 위태롭게 중심 잡고 앉아있던 균형감각 돋보이던 고양이
도봉산 등산길에 만난 바위틈 그늘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
팔당 자전거길 중간 어딘가 즈음에 있던 카페테라스에서 만난 오동통한 팔당이
통인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사랑 많이 받고 있는 듯한 치즈 냥이
성남 트레킹 갔다가 만난 겁이 많아 보였던 고양이.
수리산 근처 갔다가 만난 기력 없어 보이던 산본의 하얀 고양이
홍제 유연 프로젝트를 보러 홍제천 갔다가 홍제동 주택가에서 만난 귀여운 아기 고양이
인적이 드문 허름한 상가에 혼자 건물 안에 있던 호기심 많아 보이던 고양이
근처 치킨집 사장님께서 사료를 챙겨주시고 계셨다. 앞으로 자주 보자
어린이 대공원의 호랑이 못지않는 포스를 자랑 중인 철창 밖 호양이
경계 심 없이 사람들 지나다니는 곳에서 배를 보이던 녀석
단국대를 가로 길러 후문 쪽으로 가다 보면 상당히 시골 같은 풍경이 나오는데 거기서 만난 고양이
주말 아침 브런치 먹으러 녹사평에 갔다가 안가 본길로 가자며 골목길로 들어가 걷다가 만난 아이라인이 매력적인 고양이
한남동 재개발 구역에 남아있는 경계심 많은 골목 고양이
우리나라에 마지막 시민아파트인 남산 시민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검은 아기 고양이 저 사다리 타고 후다닥 올라가 버렸다
계양산 정상에서 만난 귀여운 개냥이
인천의 어느 주택가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 위에서 그루밍하는 삼색이
양재동 카페거리 아기자기한 카페 앞에 조형물처럼 앉아있는 고양이
그리고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경계에서 집고양이가 된 나의 고양이들 <반도와 산도>
www.instagram.com/bando_n_s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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