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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와산도

언택트 시대에 고양이에게 간택(트)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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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불과 1년전의 이탈리아

 

코 시국이 발생하기 전에는 결혼을 하고도 1년에 두 번씩은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부지런히 다니기도 했지.

나의 육체를 스티커 떼었다가 붙이듯이 잠시 다른 곳으로 붙였다 떼어서 원래 자리로 붙이고 나면

의외로 원래 자리의 좋은 점이 더 잘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코 시국이 시작되고 집에만 있는 건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니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쯤이면 낯선 언어가 있는 공간으로 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7월에 그토록 기다리던 운명 고양이를 만나 간택을 당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온 신경은 아가 공양이 반도를 돌보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반도의 걸음, 울음, 표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햇살을 좋아하는 고양이 반도 

 

주말에는 하루 종일 반도의 눈, 코, 입, 발, 털끝, 수염, 입매를 관찰하고 예찬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취미가 되어 버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반도에게 간택(트)을 받은 건 운명이 아닐까? 

코 시국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답답함과 우울감을 반도(고양이)가 위로해 주고 있다.

우리가 반도에게 밥을 주고 똥을 치워주고 놀아주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도움을 주지만 

반도는 우리에게 그 이상의 정신적인 풍요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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