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 지 1년이 되었다.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작고 따듯한 털 뭉치는 처음부터 소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증명이라도 해주려고 세상에 나타난 듯했다. "의심하지 말 지어라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냥."
반도의 몸집이 500g에서 1kg로··········4.5kg까지 계속 늘어갈수록 반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함께 커져갔다. 사랑이 커지니 역시나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가끔 15년 뒤 20년 뒤에 반도 없는 삶을 떠올리면 그 슬픔을 감당하고 살 수 있을까?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면서도 가끔 멍하니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그런 생각을 같이 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분출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2018년 여름의 북마크에도 위안이 되는 문장이 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떤 시간도 영원하지 않으며, 또한 행복한 날이 하루라면 외로운 날도 하루라는, 그런 식으로 이 우주는 공정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그걸 설명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살아오면서 나도 이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여러 번 상처를 받았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을 한 번만 경험한다. 추억으로 그 순간을 여러 번 되새길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렬함은 점점 줄어든다. 아무리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비디오로 촬영해도 한 번 지나간 뒤의 일들은 더 이상 내 감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지지 않는 다는말 中
우주는 공정하다. 행복한 날이 하루 있으면 외로운 날도 있다. 그건 내가 잘 인지하고 사는 철학이다. 너무 들떠있는 것도 너무 낙담하는 것도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물론 고양이 앞에서는 예외다. 늘 지나치게 높은 톤의 목소리로 소란스러워지고 말아 버린다. 반도가 알아들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매일 묻는다." 반도는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태어났어? 응? 잘 모르겠고 귀찮으니 트릿을 내놓으라고? 알겠어.."
반도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다. 추억을 집착적으로 기록하기 하다 보니 핸드폰 속 갤러리에는 고양이들 사진과 영상이 만장이 넘고 1 테라짜리 외장하드에 가끔 옮겨놓기도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니 이 세상 어딘가의 서버에 기록을 남겨야 직성이 풀린다. https://www.instagram.com/bando_n_sando
반도처럼 의연하게 순간을 경험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을 배워야겠다.
다시 한번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는 일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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