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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른의 일상 [배당금과 도수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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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에 접어들고 나니 진짜 어른이 되어감을 실감한다. 20대까진 운이 좋게도 병원을 가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적게나마 버는 돈은 나 자신을 위해 쓰기 바빴다. 그때도 분명히 젊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고 또 알고 있었다. 역시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느껴지는 건 다른가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작업을 하듯이) 몇 년 전부터 갑자기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세금을 내고 자산을 지키고 늘리기 위해 생각을 한다.


  • 도수치료

얼마 전 푸시업을 잘못해서 오른쪽 어깨가 불편하기 시작하더니 그 상태로 고양이들과 열정의 사냥놀이를 해서인지 갑자기 팔이 뒤로 가지 않았다. 이곳저곳에 검색을 해보니 '어깨 회전근개파열' 증상과 비슷했다. 평소 주사 공포증이 있는터라 정형외과에 가면 근육주사를 놓아줄까 봐 겁이 나서 한방병원으로 갔다. 엑스레이상 뼈에는 문제가 없어 바로 도수치료라는 걸 받기 시작했다. 

도수 치료는 비싸고 아프고 다소 더디게 회복되고 있지만 내 몸에 이렇게 집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기쁨 마음으로 받고 있다.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개개인의 몸의 생김도 다 다르고 신경과 근육은 다 연결되어 있어 아주 복합적으로 다루어 줘야 한다고 한다. 역시 인생의 모든 것이 다 그런 거 같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 아이의 성향을 분류해서 원하는 설루션을 내려주거나 원포인트 강의로 갑자기 그림을 잘 그리게 만들거나 모든 답을 쉽게 얻으려는 어른들이 많았다. 재테크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집을,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 건 그 사람의 상황과 인생과 멘털까지 다 고려해야 정할 수 있는 것인데 어디를 사야 하냐 뭘 사야 하냐 라는 식의 어리석은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빨간 조명 아래 누워 있다 보면 진짜 환자가 된 기분이다. 

  •  각종 세금과 배당금 

예술 전공자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일을 늦게 시작하고 누구보다 세금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다가 결혼을 통한 독립을 하고 직접 작은 공간을 운영해보고 나니 세금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살 때는 몰랐던 다양한 세금을 리스트화 해서 세금 계좌를 따로 만들었다.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료, 3개의 재산세(토지분), 재산세(건물분), 임대사업자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 생각보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의무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세금 낼 때는 어깨가 무겁지만 배당금 통지서가 오면 반대의 기쁨이 있다. "돈이 돈을 일하게 했구나."의 뿌듯함!

부동산보다 주식이 더 어렵지만 더 재밌다. 사실 아버지가 대기업 잘 다니시다가 주식 전업투자로 잠시 흥했다가 결과적으로 크게 망한 케이스라 주식은 절대 안 할 거라 다짐했지만 그걸 트라우마로 핑계 삼아 공부하지 않는 것도 비겁하다고 생각해서 조심씩 공부하는 중이다.

  • 건강식과 집밥

건강식

나물반찬 절대 안 먹던 나였는데 요즘은 내 손으로 나물을 무쳐 먹는 정도다. 매끼를 이렇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먹고 나면 그동안의 식습관 때문인지 배가 헛헛해서 자꾸 배스킨라빈스를 찾게 된다는 것. 디저트도 줄이는 방향으로 밸런스를 맞춰가야지.


나의 정신연령과 행동은 여전히 20대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개선하고 세금을 내고 배당을 받고 부모님들에게 자동이체로 매월 용돈을 드리고 고양이들과 식물을 돌보고 스스로 음식을 해 먹고 치우고 작은 일에 화내지 않는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은 것들을 덤덤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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