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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문장

비오는 주말, 깊은 심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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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주말은 싫은데 좋다.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작은 모험을 즐기지 못하지만 거센 비바람이 부는 바깥과 나를 온전히 분리해 극단적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중화요리 세트2번을 시켜먹고 후식으로 직접 만든 파운드 케이크와 커피를 준비한다. 그리곤 책장에서 오래전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들춰본다. 대부분의 과거에 읽었던 책들은 분위기와 방향성만 기억날 뿐 세부적인 내용이나 문장은 새롭기만 하다. 인생에서 짧게나마 바쁘게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엔 오히려 짬이 나는 대로 책을 읽으려 애썼던 것 같다. 사색의 시간을 중시하던 내게 멀티태스킹을 요구받던 시기여서 였을까 어떻게든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책 속의 문장들에게 의지했던 것 같다. 

피로사회 

멀티태스킹은 문명의 진보를 의미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퇴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멀티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는 있지만 사색하는 사람에 대한 찬사는 없다. 나 또한 내 주변에 쉴틈 없이 바쁘게 동시에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라는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허나 사색과 낭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다소 게으른 사람들에게 더 인간적 매력을 느낀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깊은 심심함을 몸소 실천중인 우리 야옹이들 

강아지처럼 하루종일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사색하듯이 정적인 태도로 보낸다. 혹시 심심할까 봐 먼저 놀이를 신청하면 종종 놀긴 하지만 그래 봐야 대부분의 시간은 바깥구경을 하거나 그루밍을 하거나 잠을 잔다. 깊은 심심함을 제대로 실천하고 사는건 우리 고양이들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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