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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할머니를 위한 건강 당근파운드 케이크 만들기(괴산 호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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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시간은 길어져 예전보다 움직임이 많이 줄었는데 빵을 만드는 취미는 생기니 저절로 살이 찌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베이킹을 줄이고자 마음먹었었다. 코시국이라 서로 못 만나는 게 당연해진 요즘 외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일도 근 1년을 미루다가 동생식구과 마음을 먹고 시간을 맞춰 살아계신 할머니와 2019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90세 할머니를 위한 덜 자극적인 빵을 만들기로 한다.

계란2개 90g 
스테비아 설탕 50g+소금 쬐금
거품쉐키쉐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5분이상 쉐키쉐키 
아보카도 오일 (식물성오일) 준비
70g (1g정도는 그냥 패스)
기름을 잘 섞어준다
박력분80g+아몬드분말15g+베이킹파우더 3g+시나몬가루 툭툭
채져둔 당근 약80g+ 호두대신 집에 있던 브라질너트 20g
180도 35분 완성 

다행히 할머니는 맛있게 드셔주셨고 나도 먹고 맜있어서 놀랐다는 건강한 당근 파운드케이크 완성!


 2019년 가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원래 예정되어 있던 대전현충원 수용 초과로 괴산호국원이 완공되기까지 대기하며 이장되는 사이 코로나가 터지고 손자 손녀들은 코로나를 핑계로 방문을 미뤄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마음먹고 가게 된 괴산 호국원. 비가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다행히 날이 맑았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어릴 때는 명절이나 방학 때 가끔 만나는 할아버지는 그저 어색한 존재였다. 할아버지의 다양한 사회활동과 업적에 대해 엄마, 이모, 삼촌에게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곤 했다. 20대에도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그저 귀찮은 일정 중에 하나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어 30대가 되고 나니 할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오해와 상처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결심한 최소한의 좋은 어른되기는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말을 상대방에게 해줄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하지 않는 편을 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할아버지는 단언컨대 좋은 어른이었다. 문득 할아버지의 행동들이 떠오른다. 형제들 간의 우애를 말로 하시기보다 해외여행 경비를 전부 댈 테니 여자들끼리 여행을 보내주셨고, 서울에서 대가족이 외식할 때면 언제나 식사 시작하자마자 조용히 나가서 결제를 마치셨으며 한 번도 자손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보이지 않으셨다. 내가 결혼을 결심한 5년 전 가족들에게 내 멋대로 결혼식도 안 하고 양가 도움 없이 결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자 왈가왈부 말이 많았던 다른 친척들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비밀 비상금을 주시며 요즘 보기 드문 바람직한 젊은이라며 오히려 나를 추켜세워주셨다. 결혼한 이후에도 우리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은 존중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곤 했다.

할아버지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고 베풀고 사셨다. 그런 분은 이런 초록 초록하고 쾌적하게  관리된 곳에 계실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잠깐이었지만 호국원에라도 들려야 이렇게나마 떠올려 보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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