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에 대한 풍경은 거품 같다.
어린 시절 풍경을 아주 러프하게 떠올리면 일일 가족드라마에서 나올만한 풍경 같다.
대출이 없는 할아버지 소유의 서울 아파트 거실에 3대가 모여 밥을 먹고 과일을 먹는다.
어른들은 과일을 먹으며 손자 손녀가 노래를 부르면 다 같이 웃고 박수를 친다.
서로의 건강과 일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정도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그때는 2주에 한 번쯤 주말마다 반복되는 이런 만남이 지루하고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토록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일상조차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복잡한 스토리가 있지만 좋게 보면 아버지의 도전정신과 과감함이,
나쁘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식투자로 인해 지루함은 곧 불행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 집에서 주식은 절대 안 된다는 철칙이 생겼고, 어차피 예술가가 되기로 했던 나였기에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20대가 지나가고 결혼을 하고 30대가 되고 보니 돈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돈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20대에는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주식투자자인 아버지 덕분에 용돈을 받으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용돈이라는 작은 돈의 세계가 나의 경제관의 전부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본격적으로 고정 수업을 벌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경제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30대 초반에서야 처음으로 기천만원의 돈을 저축해봤다.
그 경험은 놀라웠다. 평생 용돈 받으며 살 줄 알았는데 스스로 n00,000,000 이런 숫자를 모아봤다는 그 자체가
경이로웠다. 자신감이 생긴 채로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결혼하기로 했다.
애매하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깔끔하게 우리 힘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집보다 상가를 먼저 샀던 썰은 나중에 풀어놔야지
여하튼 작년에 집을 살 때 신용대출 찬스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알고 보니 남편 회사에서 복지 차원의 초 저리(1.9x%) 신용대출이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신용대출도 집을 구입할 때는 사용할 수 없단다.)
우린 무조건 풀 레버리지를 쓰기로 하고 대출을 받아서 바로 카카오 공모주를 샀다.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 적게( 4주 받음) 공모를 받아 거이 대부분의 돈을 환불받았다.
환불받은 돈은 빠른 시일 내에 방향성을 정하고 싶었다.
한창 미국 주식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주식에 재투자하는 방향도 고려를 했지만
결국 우린 안정성을 택했고 두 번째 소형 상가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결정과 실행이 2주 안에 일어났다.
그 와중에 카카오 게임즈는 '따상상'했고 나는 욕심내지 않고 8만 원대에 빠르게 팔아 차익으로 우리 고양이의
캣폴을 구매했다. (앞으로 내가 과연 주식으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성격일까 의문이 든다.)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건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자본의 속성에 대한 당연한 반응인 거 같다.
그러나 결국 투자도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가 중요하다.
나의 성향에 대해 알아야 나에게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전문가들의 말과 법칙은 그저 참고만 할 뿐이다.
참고를 하고 고민을 하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인 것이다.
몸테크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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