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일상의 낭만을 회복하는 데에는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고 향유할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상이 팍팍하건 느슨하건 삶의 사이사이에는 낭만을 즐길 줄 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10년 가까이 예술교육을 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 그런 거였던 거 같다. 지금 당장의 결과물보다는 발견하는 재미, 미술관에 가는 즐거움 같은 것들. 돈이 되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 그런 것 들이야말로 풍요의 시대에서 나 자신을 지켜주는 내면의 근육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기만 궁극적으로는 내면의 근육을 키워주는 감성 근육 트레이너였던 것 같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나의 삶이 가장 많이 바뀐 점은 "여행은 못 가고 택배는 늘어난다"였다. 밸러스라도 맞추듯이 여행에 들어가던 돈은 고양이를 키우는 곳에, 혹은 식물을 키우거나 집안을 꾸미는 것으로 전환되어 소비되었다. 특히나 쓸모없는 것을 사는 것에 더욱더 전념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쓸모없는 아이템
<플레이모빌 정원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 삶이 긍정적으로 바뀐점도 있긴 있다. 주식을 시작해 경제공부를 하게 되었으며 아기 고양이를 데려올 마음을 먹게 해 줬고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주식을 통해 4월에 소소한 배당금을 받았는데 그걸 다시 주식으로 사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기억에 남을만한 굿즈로 남기고 싶어 오늘의 집을 들락거리다가 딱 배당금 금액(약 13만 원) 정도의 정원사 피규어를 발견해서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고민은 배송만 늦을 뿐)
우리 집은 남향에 베란다 폭이 2m가 넘는 광폭 베란다로 식물 키우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폴딩도어로 베란다와 거실의 경계가 없어 고양이들도 베란다와 거실을 오가는걸 가장 좋아한다.
첫째인 반도가 외로울까 봐 고민 고민하다가 입양한 치즈 냥이. 지금은 상상조차 안되지만 아가 고양이 시절 공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서식하며 공장 밥을 얻어먹었던 거친 이력이 있는 고양이다.
동물, 식물 뭐든 키우는 건 자신 없는 나였는데 요즘은 어떤 존재를 돌보는 것이 즐겁다.
이 포스팅을 쓰는 와중에도 잠시 참외 사러 하나로 마트에 나갔다가 또 식물 식구를 하나 더 들였다.
대체로 양재 꽃시장 보다 저렴하다.
콩고 득템
종류도 꽤 많은 편. 다음 주에 장 보러 다시 와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하나 더 사야겠다. 참외도 저렴하고 식물도 저렴하고 주차장도 여유로운 하나로 마트 때문에 오늘 또 행복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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