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갔던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사 온 [Breathe]라는 잡지를 읽고 있었다.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것들 이라는 짧은 칼럼을 읽는데 '배움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격증을 찾아보자.'라는 별것 아닌 문장이 갑자기 나를 깨웠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왔다 보니 가르치는 건 익숙한데 배우는 것이 어색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탓에 무언가를 배우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혼자 독학으로 배우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자 옆에있던 쏘울메이트 남편이 무언가를 배우는건 그 자체로 멋진거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자 작은 도전이다. 뭐라도 한번 배워보자!
실행하기전 단계까지 매우 매우 신중한 편이지만 뭐든 마음먹으면 진행을 빠른 편이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자격증 과정을 찾아보기로 한다. 보통 내일 배움 카드라는 걸 발급받아서 국가 많이 나 조금 돈을 모아 학원을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직업훈련포털 HRD-Net
나에게 맞는 훈련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청년이 많이 찾는훈련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구직자가 많이 찾는훈련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재직자가 많이 찾는훈련과정은 어떤 것들이
www.hrd.go.kr
이곳에 들어가서 집에서 가까운 국비지원학원 중에 내가 관심 있을만한 자격증 과정을 찾아봤다. 그래 커피와 빵이다. 사실 작년에도 잠시 생각은 했으나 그땐 백신도 안맞은상태라 마스크 내리고 커피 시음하고 빵 만들어 먹는 게 좀 찝찝해서 마음을 접었던 거 같다. 지금은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았으니 뭔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너무 빡빡한 인생은 싫어하는 편이라 바리스타부터 도전하기로 결정! 해보고 괜찮으면 이 학원에서 제과제빵도 같이 도전해보려고 한다.
미리 신청한 신한은행 체크카드가 집으로 도착하면 자기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연결계좌에 넣어두고 등록할 때 결제하면 된다. (그 카드는 곧 출결카드이기도 해서 매일 지참하고 다녀야한다)
10월 5일부터 11월 22일까지 주 5일 하루 4시간 생각보다 빡빡한 스케줄이다. 이런 제본 책 너무 오랜만이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식으로 선생님이 자기소개 해주시고 12명의 수강생이 돌아가며 각자 자기소개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얼마만인가!? 너무 어색했지만 괜찮은 척^^
한 3일은 이론수업만 진행되었다. 근데 커피의 역사만 10시간 넘게 들었는데도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었다. 아무래도 서양미술사를 개괄적으로는 알고 있어서 인지 미술을 매개로 알던 세계사와는 달리 커피를 매개로 듣는 세계사는 새로웠다.
며칠을 비 온다고 해서 내 전기자전거 안 가지고 나왔는데 이렇게 또 비가 안 와서 카카오 바이크를 잡아 타고 갔다.
평소 워낙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좋아보니 커피에 대해서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대충대충 겉핥기 식이었다. 막상 여기 교제로 이론수업을 하니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더 많았다. 수업 중 선생님이 직접 내려준 드립방식의 커피를 맛 볼기회도 있었다. 워낙 드립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내 입맛엔 아주 잘 맞았다.
4일째 되는 날 드디어 약간의 실습도 해봤다. 핸드 로스팅 불의 세기와 높이 흔드는 정도 1차 팝 소리 듣기 등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다.
수망보다 껍질 날림도 덜하고 비주얼 자체도 귀엽다. 생두의 무게를 재고 로스팅하고 나서의 무게를 재면 수분이 날아가 콩이 가벼워져있다. 자연스럽게 조원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네?
수강생분이 자체 개발한 로스팅 기라고 한다. 을지로 가서 보여드리면 만들어 주시려나
학원 근처에도 요즘 빠져있는 커스텀 커피가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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