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거나 고속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좋지 자동차 안에 갇혀 운전을 하거나 조수석에서 운전석의 조수 역할을 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아 국내 지방 자동차 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편인데 수도권 등산에 질린 남편이 갑자기 제안한 국립공원 등산. 재작년 가을에 갔던 치악산과 같은 명산이 그립다고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자차를 타고 지방으로 간다. 2시간쯤 달려 도착한 계룡산. 산 이름에 "악" 자가 없으니까 분명 순한 맛일 거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등산 전에 입구에서 김밥을 사려고 했으나 김밥이 팔지 않아 국화빵으로 대신했는데 살면서 먹어본 국화빵 중에 제일 맛있었다. 10개에 3천 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 었지만 뭐랄까 프랑스 디저트 '까눌레' 맛이 났다! 겉이 아주 두껍게 바삭한데 속이 촉촉하면서 약간 탄 향이 나는 게 개당 3천 원쯤 하는 까눌레스러운 맛이 났다. 시작이 좋다.
오랜만에 지방의 명산을 오니 확실히 수도권의 산과는 또 다른 매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들떴다.
미세먼지도 없고 덥지도 춥지도 않는 완벽한 날씨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다.
알록달록 동글동글 귀여운 연등
이런 풍경을 보니 장지사서 그 위에 갈필법으로 바위랑 그 위에 나무들 슥슥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
풍경에 대한 감탄과 고소공포증의 대결
계단을 지나면 이번엔 돌길이 이어진다.
다채로운 매력의 계룡산이다.
오늘도 친절하게 포즈까지 정해주시고 사진 찍어주신 낯선 감사한 분 앞에서 낯가림 표출하는 중
압도적인 초록
멋진 풍경을 보면 "와 대박" " 진짜 좋다"라는 정도의 감탄밖에 못하는 서로에게 실망을 하고 뭔가 제대로 된 감탄을 해보자고 했으나 결국 "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둥 "자연 앞에 작아지는 존재"라는 둥 "생경한 풍경"이다. 정도? 클리셰를 싫어하는 우리지만 누구보다 클리셰적인 우리다.
관음봉을 찍었으니 이제 올라온길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남편은 다른 순환코스로 가보자고 제안했고 나 또한 흔쾌히 응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사실 관음봉(776m)까지 올라가는 것은 1시간 45분 정도 소요되었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초반에 쫙 올라가는건 어렵지 않았는데 남매탑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오르막이 반복되고 많이 돌아가게 되어 내려오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역시나 오늘도 하산이 훨씬 더 힘들었다.
이미 무릎이 너덜너덜 골판이 삐걱삐걱
이쯤에선 이미 허기와 발가락통증으로 눈앞이 깜깜한 상태 슬슬 풍경에 대한 감탄도 안 나오기 시작한다. 나무도 약간 물리기 시작하는걸 보니 역시 낭만도, 마음의 여유도 적당한 여유가 있어야 보이는 것 같다. 오늘도 등산하면서 인생을 배운다 (열정! 열정! 열정!)
파전+도토리묵은 못참지
알고보니 파전집이 아까 먹었던 그 국화빵 맛집이랑 같은집( 돌고도는 인생)
미안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혔어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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