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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빵과식물을 그리자

좋아하는걸 그려보자! 빵 이라든지 (기초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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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든 나의 실패작 까눌레. 그림으로 다시 환생시켜 보자 

 

홈베이킹, 까눌레는 사서드세요 제발

내가 코로나로 얻은 것들 중 하나가 "제빵기술"이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쭈욱 빵을 좋아해 왔다. 어른이 되면서 다양한 나라의 빵을 먹어보고 서울의 유명 빵맛 집을 들락거리며 빵에 대한 경험

huibahuiba.tistory.com

떠밀려 시작한 미술교육. 그렇게 10년을 6세부터 90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에게 수업해왔다. 코로나를 방패 삼아 겸사겸사 아트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미술교육을 안 하고 있는 요즘이다.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삼시 세 끼를 만들고 고양이들과 식물을 돌보고 간간히 빵을 만들고 산책을 나가고 전시를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바쁜 인생이다. 사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 치고 자기 그림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워낙 입시생 때 혹독하게 자존감 뭉개지는 경험들을 하기도 하고 미술이라는 전공은 다른 예술과 달리 회사원 같은 생업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졸업과 동시에 그림을 아예 안 그리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미국의 개념미술과 영국의 현대미술에 매료되어 그림과 상관없는 설치, 미디어 작업들을 해왔기에 의외로 그림을 그릴 일이 없었다.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창의 미술이라는 콘셉트 아래 미술사와 아이디어가 중요한 수업들을 만들고 진행했기에 그때도 그림 그릴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기초 드로잉은 알려주곤 했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포켓몬 캐릭터를 잘 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뻔한 어른처럼 매 수업의 주제는 있기 때문에 포켓몬은 남는 시간에 그리기로 하고 미술사 수업을 해야 했다.

무언가를 보고 똑같이 그리는 것이 이 시대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나는 왜 그림 그리는 게 별로 였을까? 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까? 겉으로는 회화는 더 이상 기술의 발전시대에 맞지않는 퇴보된 개념이라고 말했던거 같다. 낭만주의적이거나 자기치유적인 그림들을 무시해왔다. 20대엔 전시도 회화전시는 아예 보러가지도 않고 무조건 미디어 설치 전시만 보러다녔다. 물론 그런 나의 고집스러운 태도가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되었고, 창의적인 수업을 만드는데에서도 빛이 났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더이상 작업을 안 하게 되었고 예술교육연구소의 팀장이 되어 만족스러운 월급을 받고 바쁘게 일했다. 그리고 동업으로 창업을 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텅 빈 스튜디오 벽에 뭐라도 걸어둘 셈으로 샘플 그림을 그리면서 은근 다시 그림 그리는 게 재밌어졌다. 그때 성인 취미반을 운영하면서 그림 그리는 방법 그 자체를 가르 칠일이 많았는데 대부분 수강생분들은 내가 하는 설명을 아주 귀담아듣고 메모도 하고 소중히 여겨주었다. 이런 허드레 같은 설명도 저렇게 귀하게 여겨주니 고마웠다. 성인 취미 수업에서는 보통 내가 그리고 싶은 무언가를 어울리는 재료로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걸 그리다 보니 과정과 결과가 다 만족스러웠다. 

 

단순하게 그냥 그리고 싶은걸 그려보자

돌이켜 보니 아이들과 수업을 하거나 지원사업차 출장 수업을 하러 갈 때면 복잡하고 번지르르한 수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좀 1차원적인 것.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그래 결심했어! 빵과 식물과 고양이를 그리자! 지금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리면서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자 

지난주에 만들고 실패한 까눌레

나의 까눌레는 좋게 말하면 그라데이션이 있다. 팩트로 말하자면 골고루 익지 않은 것. 그 까눌레를 그려보자 

원기둥과 육면체만 그릴 수 있다면 세상 모든걸 그릴수 있어
 

내가 아이들에게 수업할 때 용기를 주기 위해 자주 했던 말인데 사실 실제로 그렇다. 짧은 원기둥, 좁고 긴 원기둥, 밑으로 퍼진 원기둥,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좋다. *단순화!

이게 까눌레?? 거지 같음을 견뎌라 

스케치 초반에 좌절하기 쉽다. 뭔가 예쁘지도 않고 이 그림을 끝까지 데리고 갈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그걸 견디셔야 합니다.라고 늘 말씀드리곤 했지^^

초반 스케치는 최대한 흐리게 하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까눌레는 뽈록 뽈록한 원기둥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면 좋다.(형태 분석)

내 눈에 가장 가까운 중심부부터 양쪽 끝으로 갈수록 간격은 미세하게 좁아져야 한다. 일종의 원근법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스케치의 엣지를 준다. 모서리 정리! 

오늘의 채색 도구: 연필 색연필 (쿠팡에서 최저가 허드레로 샀다.) 과거에 비싼 재료 다 사봤지만 큰 의미가 없다.

색연필로 채색을 할 땐 채색 직전에 지우개로 애써 그려놓은 스케치를 대부분 지워준다. 나만 살짝 알아본 정도로~그래야 흑연이 안 섞여서 중간에 포기하고 우는 일이 없다.

밝은 부분부터 먼저 깔아준다. 사물의 결대로 채색한다. 초반에는 너무 힘주지 않고 얼기설기 쉬크하게 칠한다.

노리끼리한 색연필 계열을 죄다 꺼내 전체 초벌칠을 한다. 색연필로 레이어를 쌓으면서 채색하면 충분히 밀도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수채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의 밀도를 따라갈 순 없지만 무조건 미약한 재료는 아니다.

또 성격 급한 친구들은 이쯤에서 벌써 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포기하려고 한다. 겹! 레이어! 이거 쌓을 때 까진 말을 말자

슬쩍 어두운 색도 꺼내본다.

지금부터는 그림과 약간 밀당이 필요하다. 어두운 톤이 들어가면 그림의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급하게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널 수도 있기 때문. 여기서는 살짝살짝 올리면서 멀리서 쓱 보고 너무 저기만 어둡나? 질문을 던지며 밸런스충이 되어야 한다. (자연스러워져라 자연스러워져라)

아무리 나의 까눌레가 덜 익 억지만 까눌레의 정체성은 탄빵인걸 아직 어둠이 부족하다. 그럼 검은색 색연필 들고 출동

뭔가 더 태웠는데도 2프로 부족하다. 아! 하이라이트 출동 

미약한 연필 색연필이지만 나름'유성'이라 하이라이트는 부득이하게 힘센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다.

빛의 방향대로 '톡톡' 칠해주면 완성! 참 쉽죠잉?

집사야 이거 새로운 간식이냥?

입맛에 맞으세요?

 

이 정도 실력으로 그동안 사람들한테 입으로 그림을 가르쳤다니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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