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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고양이

초현실적인 귀여움, 고양이는 못참지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어떤 물건을 맥락과는 상관없는 이질적 환경으로 옮겨서 본래의 성격을 지우고 물체끼리의 기이한 만남 등을 연출하여 강한 충격 효과를 노리는 것. 이 기법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화가로는 르네 마그리트 등이 있다. 아마 학창시절에 문학이나 미술에서 '낯설게 하기'를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데페이즈망은 낯설게 하기의 프랑스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진짜 쉽게 표현하면 이곳에 있어야할게 아닌 것 같은 게 여기에 있는데 희한하게 특이하고 뭔가 멋진 것 같네? 이런 유니크한 감각은 뭐지? 같은 거다. 우리 고양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습이 꼭 데페이즈망 효과 같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얘네만 디즈니 만화처럼 존재하는 그런 이상한 조합. 짜증이 나다가도 얘네만.. 더보기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고양이 고양이를 키운 지 1년이 되었다. 손바닥 위에 쏙 들어오는 작고 따듯한 털 뭉치는 처음부터 소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증명이라도 해주려고 세상에 나타난 듯했다. "의심하지 말 지어라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냥." 반도의 몸집이 500g에서 1kg로··········4.5kg까지 계속 늘어갈수록 반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함께 커져갔다. 사랑이 커지니 역시나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가끔 15년 뒤 20년 뒤에 반도 없는 삶을 떠올리면 그 슬픔을 감당하고 살 수 있을까?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면서도 가끔 멍하니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그런 생각을 같이 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분출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201.. 더보기
동네 고양이들 사진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도 키우고 나서도 내 핸드폰 속 사진첩에는 동네 고양이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길을 걷다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하고 카메라를 켜고 어떤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짧은 시간이지만 길고양이로 세상을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또 한편 원래 다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길고양이가 되거나 집고양이가 되거나 운명을 좌우하는 선택 같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우리 주변엔 어디에나 경계선이 있다. 삶과 죽음, 합격과 불합격, 마감시간, 대출한도 등 끊임없이 경계선의 안과 밖을 오가며 살아간다. 경계선 앞에서 이런저런 호들갑을 떨 때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무심하게 쳐다봐주는 고양이가 있.. 더보기
언택트 시대에 고양이에게 간택(트) 받았다. 코 시국이 발생하기 전에는 결혼을 하고도 1년에 두 번씩은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부지런히 다니기도 했지. 나의 육체를 스티커 떼었다가 붙이듯이 잠시 다른 곳으로 붙였다 떼어서 원래 자리로 붙이고 나면 의외로 원래 자리의 좋은 점이 더 잘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코 시국이 시작되고 집에만 있는 건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니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쯤이면 낯선 언어가 있는 공간으로 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7월에 그토록 기다리던 운명 고양이를 만나 간택을 당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온 신경은 아가 공양이 반도를 돌보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반도의 걸음, 울음, 표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햇살을 좋아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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