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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와산도

MZ세대는 고양이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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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사 너희를 지켜줄께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주변에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개를 키우는 경우는 많았지만 고양이는 정말 없었다. 90년대만 해도 고양이의 정체성은 그저 "도둑고양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각종 미디어매체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나아가 스스로 스타가 된 SNS 속 고양이들까지 고양이가 대세가 된듯하다. 한때 <나만 없어 고양이>가 밈이 되기도 했었지. 

 

SNS가 활발해질 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랜선 집사를 자처하며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고 행복하게 해 줄 자신도 없었다. (나란 인간의 쫄보 근성)

그렇게 고민만 하고 중간중간 기회가 있었음에도 망설이던 시간들이 지나 작년 이맘때쯤 운명의 고양이를 만났다.

반도와의 첫 만남

산책을 하던 중 500g 정도의 작고 또 작은 새끼 고양이가 촘촘한 풀숲 사이에 끼어 동네가 다 떠나가게 울고 있었다. 주변에 앉아 1시간 정도 지켜보는데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어떻게 저 작은 몸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지 신기했지만 어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근처 사시는 분들이 등장해서 고양이를 보시더니 "얘 어제도 여기 있었지?" "아무래도 버려진 거 같은데 고양이 좋아하시면 키우실래요?"라고 선 듯 제안을 해주셨다. "우리도 고양이 키우는데 너무 좋아~한번 키워봐요~내가 꺼내는 거 도와줄 테니까." 그렇게 얼떨결에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손바닥 만한 작고 소듕한 아가 

작고 소듕한 고양이는 2명의 건실한 집사를 진두지위하는 고양이로 성장하게 된다.

이 혼란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귀엽게 진화한 게 틀림없어.

집에서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그 엄청난 귀여움에 매일같이 압도돼서 판단력을 잃곤 한다. 모두가 이렇게 느끼는걸 아닐 테고 우리 세대, 그러니까 MZ세대 (1980년대 초반~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가 유독 고양이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레일 라운즈는 「누구라도 당신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법」에서 유혹의 6가지 요소중 '동질성의 법칙'을 꼽았다. 사람들은 가치관, 신념, 인생관이 비슷한 이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닮았다는 감정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관계의 발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MZ세대의 인간과 고양이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럼 우리와 너희의 동질성을 살펴볼까?

그래 난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이 제일 싫었어. 체육시간에 열 맞춰 운동장에 서있는 거 너무 싫어했고 미술학원에서 선생님들한테 엉덩이 맞으면서 그림 그리는 거 이해 못했었어. 너희도 우리가 "손" 달라고 하면 절대 안 주지? 이름 불러도 들은 체도 안 하지? 맞네 비슷하네 

그래 아침에 일어나 보면 혼자 냥 펀치 날리면서 잘 놀고 있더라. 사실 나도 혼자 영화 보는 거 좋아하고 혼자 밥 먹는 거 엄청 좋아해

사실 나도 밖에서 사람들 만날 때는 이성적 인척 쿨한 척 오진다? 그리고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내 얘기 잘 안 하는 편이야. 고양이들은 아파도 티를 안 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어. 나중에 아프면 꼭 티를 내줬으면 좋겠어 

넌 종일 창밖을 관찰하더라? 뭐 대단한 구경거리라도 있나 보면 내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넌 진지해. 근데 나도 카페에서 사람 관찰하는 거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만나면 안 보는 척하면서 스캔하고 그래

고양이는 혀로 털을 핥으며 정성껏 자신의 몸을 돌본다고 한다던데 어쩐지 너는 샤워 한 번을 안 해도 늘 뽀송뽀송 비단결 같은 털을 유지 하더라. MZ세대도 비주얼에 민감해서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데 이것만 우리의 동질성에서 안 맞는 거 같구나. 그래도 뭐 사는 건 좋아해서 1일 1 택배충이야

사냥할 때 귀 평평해지고 츄르 먹을 때 눈감고 집중하는 거 많이 봤어. 나도 덕력 높기로 유명해 어떤 브랜드의 기업철학 같은 거 마음에 들면 무조건 집중해서 사고 또 좋아하는 감독 영화 같은 거 볼 때 집중 잘해

고양이는 주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아니지 주인이 아니라 집사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굳이 집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건 확실하다. 애교를 부려서 간식을 얻어내는 구차함 따윈 없다. 언제나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런 면은 나에게도 있긴 있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더욱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


근데 말이야 우리 동질성의 법칙 때문에 잘 맞는 것도 있겠지만 그냥 너네가 너무 치명적으로 귀엽게 생겼어!!!!!! 결국 이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란 말이야!!!!!

 

https://www.instagram.com/bando_n_s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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