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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장마철엔 가까운 미술관으로 대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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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난 게 스펙이라고 한다. 라떼만 해도 그런 말이나 의식조차 없었다. 오히려 서울에서 태어난 건 너무 뻔한 느낌이지 뭔가 독특한 도시가 고향이라고 하면 신비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서울에서 자란 것의 특장점은 분명히 있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웬만한 경기도도 많은 기반시설이 조성되어 있지만 90년대만 해도 경기도의 개발은 미미했으니.. 예를 들어 가정주부였던 우리 엄마는 나와 (사촌) 동생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다녔고 또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미술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대형 미술관과 박물관을 수시로 데리고 다녔다. 당시에는 전시를 보는 것 자체는 지루했고 다 보고 나와서 먹는 외식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니 90년대에 봤던 전시의 내용들이 기억에 남을 리 없었지만 그런 삶의 방식과 습관이 남았다. 

미술관을 편의점 가듯이 가는 삶


2016년 미술관 수업하던 모습 

아이들과 수업 할때 미술관 수업을 기획하게 되면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교육열이 높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의외로 미술관 가는걸 생소해하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로는 어차피 우리가 뭘 모르니까 가봤자 해줄 수 있는 말도 별로 없고 애들도 재미없어한다고 했다.

잘 아시고 익숙한 선생님이 대신 가주시면 너무 좋죠

대리시스템의 편리함은 나도 잘 알고 있어서 충분히 이해는 간다^^ 내가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도 하나하나의 작품 설명보다도 그저 넓고 쾌적한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길 바랬다. 동네 마실 나오듯이 나와 작품도 보고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창밖 풍경도 보는 그런 삶의 여유 말이다.

대형 미술관의 장점과 작은 갤러리의 장점을 모두 느끼게 해주고 싶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수업을 하고 다 같이 근처를 걸어 갤러리 투어도 했다. 작품을 본다는 하나의 목표만 있는 것이 아닌 낭만과 여유를 품고 살아가길 바랬다.

 


우리나라 미술관에서는 노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전시를 보는경우를 거이 못 봤다. 반면 유럽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는 노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작품을 보고 미술관에서 커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사실 웬만한 국공립 미술관은 입장료가 거이 무료이고 사설 미술관의 전시도 상당히 많이 할인이 되기 때문에 노인분들의 놀이터로 이만한 곳이 없는데 말이다. 


2012년 리움미술관 아니쉬아푸어 전시

살면서 미술관,박물관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던 공대남과의 데이트의 상당 부분은 미술관과 박물관이었다. 처음엔 다소 어색해하더니 함께 한 시간이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웬만한 작가는 줄줄 꽤 고 있다.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려고 한다. 등산도 자전거 라이딩도 하기 힘들땐 내 주변에 멀지 않은 곳의 미술관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꼭 유명한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일 필요는 없다. 의외로 우리 지역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발굴해서 가볍게 가 보는 것도 좋다.  

신세계 백화점 경기점 바로 맡은편에 있는 포은아트갤러리 

코시국이라 사전 예약하고 갔다. 

한국 근현대 미술이라 더 친근하게 봤다. 

근대에서 현대로 갈수록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한다.

여전히 추상미술 안좋아하는 얀센 아저씨 

바람이 느껴진다며 저 초록 보리그림이 갖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비슷하게 그려주겠다고 했다.

여기 또 공감각적인 그림 하나 추가요. 아무래도 대림역으로 추정되는 지옥철의 모습.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숨 막히네 

생각했던 것보다 공간도 쾌적하고 작품수도 많았다. 가볍게 방문하기 좋은 장소!

 


평양냉면 도장깨러 6km 걸어서 성복동까지 갔다. 

기성면옥 

요즘 평린이 탈출 중인데 상당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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