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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브제(feat.저장강박)

달리기, 증명서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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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10km 달리기 완주 증명서

20대엔 산이 왜 좋은지 식물이 왜 좋은지 꽃이 왜 좋은지 운동이 왜 좋은지 몰랐다.

20대의 운동이라 함은 홍대 클럽에 12시쯤 들어가 4시쯤까지 격렬하게 춤추고 땀 빼고 나오는 게 전부. 그 당시 우리들의 클럽은 꽁냥꽁냥과는 거리가 먼 진정한 댄싱머신들의 정모 분위기였달까? 클럽에서 폭풍댄스를 추는것 말고는 일체의 운동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던 중 활동적인 인싸 친구들의 제안으로 참가해본 <2011 나이키 위 런 서울> 소정의 참가비만 내면 나이키 티셔츠와 기념품 그리고 간식도 준다는 얘기에 대충 걷다 오면 되겠구나 싶었다. 10km라는 거리에 대한 감도 없던 상태에서 사전 모의 연습러닝(약 7km)에 참가했다. 대충 여의도 공원에서 근처 한강을 한바퀴 돌고 오는 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뛸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모의 연습을 해보고나니 자신감이 생겨 행사날 10km를 1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어 졌다. 행사 당일 광화문 던킨 도나스에서 친구들과 커피와 도나스를 나눠 먹고 평평한 반스 운동화를 고쳐 신고 출발선에 섰다. 당시엔 젊음이란 너무 단단히 준비하지 않는 것이었다. 러닝화를 신거나 기능성 소재의 옷을 입는 건 쿨 해 보이지 않았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비전문적인 포즈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친구 2명은 이미 뒤처져서 안보인 상태였고 가장 친했던 L만이 함께 하고 있었다. 8km쯤 되자 L 도 걷기 시작하며 나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전쟁영화의 주인공들이라도 된 듯 "널 두고 갈 순 없어." "아니야 난 틀렸어 먼저 가."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하니 1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숫자 강박이 있는 나에게 '3분 53초'가 너무 아쉬웠지만 몇 주 뒤 집으로 도착한 기록표를 보니 파도같이 큰 뿌듯함이 몰아쳤다.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행사를 계기로 달리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하루키의 달리기책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 그것과 관련된 정보에 눈길이 간다.

게다가 평소 꽤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가 나와 같은 카테고리 속에 있다는 혼자만의 결속감은 삶에 에너지를 더해준다.

"하루키와 같은 취미가 있는 편." "역시 달리는 행위 자체는 뭔가 의미 있는 행동임에 틀림없지."라고 내심 생각한다.

그렇다고 달리기는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많을 때, 떨쳐지지 않는 생각들이 있을 때, 무기력할 때, 이럴 때 달리기 생각이 떠오른다. 잡생각과 무기력을 조금이나마 타파할 수 있는 처치법이 하나 생긴 셈이다.

 

 

 

 

탄천의 아름다움 

 

달리기의 또 다른 장점 아름다운 것들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 평소엔 상상도 못 한 모양의 풀잎들 하늘의 광활함 그 속에 있다 보면 뾰족했던 마음도 잠시나마 동화 필터를 적용한 듯 선명하고 단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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