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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에 고양이에게 간택(트) 받았다. 코 시국이 발생하기 전에는 결혼을 하고도 1년에 두 번씩은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부지런히 다니기도 했지. 나의 육체를 스티커 떼었다가 붙이듯이 잠시 다른 곳으로 붙였다 떼어서 원래 자리로 붙이고 나면 의외로 원래 자리의 좋은 점이 더 잘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코 시국이 시작되고 집에만 있는 건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니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쯤이면 낯선 언어가 있는 공간으로 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7월에 그토록 기다리던 운명 고양이를 만나 간택을 당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온 신경은 아가 공양이 반도를 돌보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반도의 걸음, 울음, 표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햇살을 좋아하.. 더보기
내맘대로 재테크(따상상과 캣폴) 중산층에 대한 풍경은 거품 같다. 어린 시절 풍경을 아주 러프하게 떠올리면 일일 가족드라마에서 나올만한 풍경 같다. 대출이 없는 할아버지 소유의 서울 아파트 거실에 3대가 모여 밥을 먹고 과일을 먹는다. 어른들은 과일을 먹으며 손자 손녀가 노래를 부르면 다 같이 웃고 박수를 친다. 서로의 건강과 일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정도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그때는 2주에 한 번쯤 주말마다 반복되는 이런 만남이 지루하고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토록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일상조차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복잡한 스토리가 있지만 좋게 보면 아버지의 도전정신과 과감함이, 나쁘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식투자로 인해 지루함은 곧.. 더보기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누군가는 고양잇과 동물은 속을 알 수가 없으며 이기적이라고 주인을 못 알아본다고 한다.물론 개인의 취향은 완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발언을 향해 비난을 하는 씹선비도 아니다.하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단편적인 특징으로 이루어진 생물이 아니다.사실 이건 고양이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데, 나는 세상과 현상을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 보고 판단하는걸 아주 경계하는 인간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나 질문들인데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많이 느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소수정예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동심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의 성향이나 상태에 대해 학부모님들과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그때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캐릭터?를시원하게 구분 짓고 싶어 한다는 걸.. 더보기
예술가의 고양이 (집사의 하찮은 포토샵) 나는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한때나마 짧고 굵게 미술작가로 살았었다. 1-2년 동안 7-8회정도의 전시를 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 하는 전시가 아닌 공모에 당선되거나 섭외가 된 참여전시 기준)요즘말로는 홍대병, 혹은 예술가병에 찌들어 살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 내가 나고 자란 동네는 홍대랑 가까운 편이라 초등학교때부터 20대를 마포 언저리 카페를 작업실 삼아 살아왔다. 20대중반에서 후반에는 원론적이고 본질적인것들에 다가가기위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만큼 무언가에 집중하고 순수하고 반짝거리던 시기도 없었지 싶다. 여튼 내가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것도 고양이의 성격이나 외모가 매력적인것이 첫째 지만, 리스펙 할만한 예술가들은 전부 고양이와 친밀한 관계가 있음을 알고있었.. 더보기
4년의 기다림 집사의 길 개막 고양이와 함께 하는 물컹하고 따듯한 일상 2016년 2월 결혼(=첫 독립)과 함께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었다.동물을 막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동경이 언제나 있어왔다.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감히 생각해 보지 못했다. 순종적이고 말잘듣는 딸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생이었지만 선 넘는 걸 안 좋아하는 성향이기에 지킬 건 지켜야 했기 때문.어디까지나 그들 소유의 재산영역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한 주제. 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랄까 결혼 "자 이제 내마음대로 키워보자." 마음은 먹었는데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던 우리는 막막해졌다.그래서 운명고양이를 만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보면 고양이가 집사를 간택하는 모습이 종종 있었기에 우리에게도 가능할 거라.. 더보기
우리가 함께한 라이딩 8살, 지금으로 부터 20여년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보조바퀴를 처음떼던 그 시기부터자전거는 내 인생의 "자유"라는 항목을 선사해 주었다. 청소년기에도 틈틈히 생활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벼왔고 그러다 2012년 자칭 자전거 왕( 현남편)을 만나 본격적인 라이딩의 세계에 들어왔다.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누빈 흔적에 관한 기록.    ep0  2013. 5. 19 첫 로드 개시ep1  2013.05.26 여의도-호수공원 ep2  2013.06.09 행신역-아라뱃길 왕복 ep3  2013.06.23 서울한강길ep4  2013.09.18 임진각 라이딩ep5  2014.04.06 여의도 벚꽃라이딩ep6  2014.06.15 잠수교 라이딩ep7  2014.10.04 여의도-행주산성 ep8  2014.10.10 가평-.. 더보기
여행 좋아하세요? "여행 좋아하세요?" 사람들이 모여서 할 말이 없을 때 은근 여행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각자 자신들이 가본 여행지에 대해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곤 그곳을 가봤는지를 물어보고 가봤으면 공감을 원하고 안가봤다고 하면 조언을 한다. 거이 이런 패턴이었던거 같다. "이탈리아 가봤어요?" "네" "진짜 좋지 않아요? 또 가고 싶다." "뭐, 좋기도 했는데 그냥 그랬기도 했는데..." "하와이 가봤어요?" "아니오" "아 다른곳은 몰라도 하와이는 꼭 가봐요" "아.. 왜요?" "달라 달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 차원이 달라" "네..(왜지?)" 이런 대화를 듣거나 하고 있을 때 즐겁지 않아 스스로에게 여행을 좋아하는가? 라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NO 12개의 낯선 나라 28개의.. 더보기
징글징글한 도전 도전하지 않는 삶을 지지해왔다. 어릴 때부터 소란스럽고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웠다.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끌렸고, 나 또한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도 근근이 눈앞에 일들에 대해 '최소한의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남들이 보면 꽤 열정적이라고 보일만큼의 행보를 이어가던 해도 있었다. 물론 그 열정의 불꽃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극세사 이불속에서 쿠키를 먹으며 전자책을 읽는 것에서 큰 만족감과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이불속에서 문장을 만났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도전정신이 부실하게 타고난 나 같은 인간에게 일상에서의 작은 도전앞에서 저 문장을 떠올리면서 용기의 호흡을 들이마신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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